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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향2
    기록/의식의 흐름 2018. 8. 19. 19:43

    취향의 정의에 대해서 죽 생각하게 된다. 나의 정체성, 감성의 결, 과거의 적층, 관계의 시작을 만드는 매개체. 나열하자면 긴 리스트가 될 것이다.


    나의 선택에는 늘 이성적 판단이 끼어든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감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결정도 생각을 통과한다. 그에 비해 취향은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좋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좋아지는 것이고 왜 좋은지도 모르게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선택을 한다기보다 선택을 당하는 편에 가깝고, 판단이나 생각보다는 감정과 본능에 훨씬 더 가까운 결과물이리라. 


    취향에 맞는 음악이나 글, 영화를 만나는 일은 일생에 거쳐 늘 기다리는 우연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 주변에서 맴돌다 보면 같은 우연의 순간들을 기다리고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같은 취향을 가졌다는 것은 같은 지점에서 감정과 본능이 반응하는 일이라 좀 더 선천적인 어떤 것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릴 때와 다르게 자각하고 있는 점은, 그것이 같은 깊이와 같은 결의 감정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두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유사함이나 관계를 유지시키는 것은 차이를 다루는 방식이다'라는 알랭드 보통의 말도 함께 떠올랐다.


    나와의 유사한 점으로부터 끌렸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남아있는 사람보다는 떠난 사람들이 훨씬 많고, 남아있는 사람들끼리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자면 확실히 나와 얼마나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니다. 서로가 받아들일만한 상대방를 대하는 태도나 습관같은 것이 서로 곁에 오래 두기를 허락한다. 


    근래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연애도 친구도 할 수가 없다고 했던 내 말을 곱씹어 본다. 과연. 그래서 내 연애들이 짧게 끝나버렸나 싶어서. 관계는 정제된 태도와 배려로 유지해야 하는 거라고도 말을 했는데, 그러면서 관계를 시작하는 기준은 감정과 본능으로 결정되는 취향에 너무 기울어져 있지 않았나 싶어서.


    내 인생에서 취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관계에 있어서 취향을 우선순위 중 어디쯤 두어야 할지는 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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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No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