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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으름
    기록/의식의 흐름 2018. 4. 17. 23:17

    요즘 생각이 너무 게으르다. 좀 더 나은 인간이, 잘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싶다는 욕심도 밍숭맹숭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사회가 어떻게 더 나빠지고 또 나아지고 있는지에 대한 흥미도 많이 떨어졌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내 표현이 퍽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책도 멀리하고 지냈기 때문이 분명하다.


    정보나 지식적인 생각들 이전에 내 감정과 내 상황, 관계에 대한 성찰이랄까. 아니 이런 표현은 너무 진부하고 그냥 그런 것에 대한 생각조차도 너무 게으르게 하고있다. 


    사실 생각이 게을러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끊임없이 느끼고 있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생각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잠들지 못했던 밤이 허다했다. 그 때는 생각에 끝맺음을 내야하는 욕구가 귀찮음도 잠도 이기던 때였다. 잠을 청하다가도 생각이 한 번 일거나, 마음의 동요가 생기면 기어코 그 이유를 찾아야만, 그 생각의 결론을 내야만 했다.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내가 쓰는 단어가 내가 생각하는 그 의미가 맞는지 사전을 찾아가며 글로 정리하는 일이 잠자코 내 감정과 생각을 덮어두고 지나가는 것을 견디지 못해 하는 행위였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딱히 즐기는 일도 아니였으나, 의무는 더더욱 아니였다. 한 편으로 그건 습관이거나 일과에 가까운 일이였던 것 같다.


    어느시점 부터 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시절은 이미 지나갔고, 또 한 시절을 지나가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느낀다. 귀찮음이 생각을 이겨버리는 것에 굴욕감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귀찮음 뒤에 생각이 있는지도 모르겠는 시절이 와버린 것이다. 


    생각은 늘 밤에 찾아온다. 그 생각을 잡아채서 물고 늘어지던 때와 지금을 생각해보면 다른 점이 너무 많다. 다른사람이였나 싶을 정도로 그 때의 내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언제의 내가 더 좋냐고 묻는다면 나는 늘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면서 살 인간이다. 


    사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그저 학교에서 적당히 엎으려 자도 되는 내일이 기다리는 것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하는 내일이 기다리는 차이. 어떻게든 하면 할 수 있었던 체력이 있던 때와 컨디션 조절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체력의 차이. 어쩌면 이젠 아무것도 새롭지 않기 때문. 이러나 저러나 결국은 늙어간다는 말과 다를 바 없으니 속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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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No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