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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돌봄
    기록/의식의 흐름 2019. 12. 9. 17:27

    #1

    스스로 생각을 진전시켜 나간다는 의식이 생길 쯤 부터 나의 마음은 언제나 시끄럽고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동시에 나의 이성도 곧 잘 성장해나갔다. 시끄러운 내 마음과 이성은 화음과 불협화음을 번갈아내며 적당히 살아왔다. 

     

    올해 초에는 시끄러운 마음의 소리가 유난히 컸고 그 불협화음이 스스로 못 들어 줄 만한 정도였다. 그래서 심리학 책을 두 달만에 대여섯권을 읽어내렸고, 이런저런 강의를 찾아보고, 명상을 시도해보고, 전문 심리상담가를 만나기 시작하기도 했다. 

     

    돈을 내고 전문가를 만나면 쉽게 해결을 보게 될 줄 알았으나 심리상담 또한 이론과 치료방향이 너무나 제각각이였다. 거의 나에게 울림을 주는 은사님을 만날 가능성만큼 잘 만나기 힘든 것 같다.

     

    첫번째 심리상담사는 나에게 굉장한 부작용을 주었고 그 때문에 나의 다른관계까지 박살낼 뻔 했다. 인생 처음으로 시도해 본 심리상담이였기 때문에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나랑 잘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기까지 오래걸렸다. 그만두는 시점에서는 이 상담사와 내가 맞지 않는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일반 사회적인 관점으로 판단하더라고 아주 잘못된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만둘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받은 타격을 회복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었고 이 짓을 돈 주고 했다는 데에서 아직도 열이 받는다. 

     

    두번째 선생님은 한국에 계신 여자 선생님이시고 화상통화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실 심리적으로 별 어려움 없이 지낸지는 오래되었지만,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채고 스스로 돌보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하니 너무 좋아서 텀을 좀 길게 두고 정기적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다.

     

    마음과 이성이 화음을 내는 빈도가 점점 잦아진다고 해야하나. 오르락 내리락하며 적당히 잘 살아가는 것을 넘어서 나의 디폴트 상태를 좀 더 긍정의 범위 안에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금방 회복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 훈련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2

    나는 내가 자존감이 높은사람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할 말은 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살 때 회사 상사들은 나에게 주로 당돌하다, 드세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그러면 나는 또 왜 여자한테만 드세다는 말이 붙는지 모르겠어요. 하는 인간이였다(ㅋ..) 어쨌든 난 내가 외부에서 나에게로 향하는 코멘트에 대해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대로 잘 살아나간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여기까지는 내가 생각한대로가 맞다. 그러나 자존감은 여기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였다는 걸 배운게 나에게 매우 큰 터닝포인트다. 외부의 코멘트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면 나는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코멘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인데, 과연 나는 나 스스로에게 완전한 서포터로써 긍정적이고 기운찬 코멘트들을 달아주고 있었을까? 내가 나를 향한 태도들을 돌아보고 깨닫고 있는 결과, 매우 그렇지 못했다.

     

    나는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쉽게 무기력에 빠지고,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많은 부정정인 수식어로 나를 정의내리고 있었다. 이게 다 게으른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며 나 자신을 매 순간 심판대에 올려놓고 유죄를 내리는 게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였다. 아주 사소한 계획을 뜻대로 하지 못했을 때에도 늘 그것을 '실패'라 칭했다. 내가 쓰는 일상적 언어들이 유독 나에게만 얼마나 부정적이였는지 알아챌 때마다 놀라울 정도였다.

     

    이런 말을 타인이 했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내보였을까. 회사였으면 퇴사를 했을 것이고, 친구나 연인이였다면 대차게 화를 내고 연을 끊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그런취급 하도록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재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다시봐도 저런 코멘트를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bulling이라는 말이 단번에 떠오를 정도로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들일 것이다.

     

    그런 말들을 나는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니 정말 너무 불쌍.. 

     

    그러나 고착화된 습관과 태도를 단번에 바꾸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여서 아직도 아차차 할 때가 많다. 적어도 내가 타인에게 할 수 있는 만큼의 응원과 돌봄은 나 자신에게도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타인에게서 받고 싶은 단계까지의 애정도 스스로에게 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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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Nogone